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미키17" 관람 후기

미키17이 거의 극장에서 내려갈 때쯤에 관람했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 평이 많았지만, 나는 참 흥미롭게 봤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님의 사회학과 전공이 다시 상기될 만큼, 역사와 사회적 계급에 대한 마음속 질문과 관점들이 영상미와 음악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2시간을 이끌어 가는 점이 좋았다.
주인공을 맡은 패틴슨의 연기도 17호와 18호의 두 성격 차이를 잘 표현했고, 같은 사람이지만 같은 사람이 아닌 듯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17호와 18호가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처럼 두 성격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같은 원본을 프린트했지만 17호와 18호는 같은 존재인가? 다른 존재인가?
영화를 보며 생각한 점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그건 아마 기억과 사랑이 아닐까 싶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계속해서 죽고 다시 프린트되어 살아난다. 중요한 설정은 살아있을 때의 기억을 벽돌에 저장했다가 새롭게 프린트되는 존재에 기억을 옮기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존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전 숫자의 미키가 계속해서 기억이 전달되기에 죽음의 순간이 다가와도 다시 이어지는 것이다. 미키 17이 죽음을 두려워하게 된 이유는 여기서 죽어버리면 더 이상 이 기억을 이어가는 자신이란 존재는 없어지는 순간을 미키 18이 생기고 나서 부터였다. 인간이 자손을 통해 계속해서 자신을 이어나가는 맥락과 연결되는 부분이었다. 이전 존재의 실패들을 통해 계속해서 나아지는 기술의 진보를 이뤄가는 점에서 인간 역사에 대한 축소판, 메타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미키17의 망각 속에서 죽은 줄 알았던 독재의 영혼들이 다시 프린트되고자 할 때, 그 환각들을 떨쳐낼 수 있었던 것은 미키17이 기억을 했기 때문이다. 기억이 떠올랐기에 흐릿해지는 몽롱한 상황 속에서 분별을 할 수 있었고, 꿈에서 깰 수 있었다. 인간의 역사가 얼마나 이전의 교훈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 반복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지 생각해보면, 마지막 그 장면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주인공이 소모품이라 불리는 익스펜더블에 지원한 것도 경제적인 어려움에 쫓기는 능력도 변변치 않은 자신의 상황 때문이었다. 그런 주인공을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나샤가 있었기에 삶의 목적이 생겼다.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가스 실험으로 죽어가는 미키17이 혼자 있는 것을 안타까워해서 방호복을 입고 그 안에 들어가 미키를 안고 있는 나샤의 모습이었다. 프린트되는 소모품 같은 인생이지만 사랑이 있었기에 따뜻한 온기가 흐르는 사람으로 존재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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