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의 영화 '공작'을 보셨나요?
Movie Review <The Spy gone North, 2018>
안녕하세요. 빠르크 입니다.
실제 있었던 북한 공작원 <흑금성>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제가 본 시점 <2018. 8. 20> 쯤에는 관객이 400만을 돌파했어요.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영화를 본 지인들마다 평이 엇갈렸어요.
어떤 분은 '정말 좋았다' 고 자신의 인생영화 리스트에 넣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있었고
어떤 분은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차라리 다른 작품을 봐라' 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니 호기심이 발동해서 과연 어떤 영화일까 하며 보게 된 것이
이 영화를 보게된 계기 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름의 관전 포인트를 생각해 두었는데
관람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관전포인트 1, 황정민은 두 명의 서로 다른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까?
국가에 충성하고 자신이 맡은 미션이 성공적으로 되길 바라는 군인의 모습과
오직 돈만 벌기 위해 그게 어떤 대상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업가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서
캐릭터의 복장, 말투, 행동에 차이를 두는 식으로 표현을 했습니다.
여기 두 장의 스틸 컷이 있습니다.
첫 번째 사진은 대북 공작 업무 진행 상황을 자신의 직속상관에게 보고 하는 군인의 모습이죠.
절제되어 있는 자세와 안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영화를 보면 표준말을 사용하는 모습으로 표현을 했습니다.
그에 비해 사업가로 위장한 모습에서는 과장된 동작, 허풍, 사투리 등으로 인물을 과장시킵니다.
결정적으로 안경을 썼습니다. 안경을 썼다는 점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기도 해요.
실제로 엔딩 크레딧을 보니 안경을 협찬 해준 곳들이 한두군데가 아니더라구요.
관전포인트 2, 안경
초반 부에 등장하는 리명운의 눈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굉장히 딱딱하고 차갑게 다가오더라구요.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니 그 부분은 색 보정을 통해 일부러 안경 부분의 값들을 조정해서 눈을 안보이게 나타냈다고 하더라구요.
관전포인트 3, 꼼꼼한 윤종빈 감독의 90년대 소품들
윤종빈 감독님은 영화를 만들기 전 취재를 자세하게 하시는 분 입니다.
영화 <비스티보이즈>의 디테일함을 위해 한 달동안 호스트바에서 근무했다는 레전설이 있으시니...
실화 모티브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보니 그 당시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90년대 뉴스 화면, 신문 기사 들도 취재를 많이 하셨더라구요.
또한 90년대 소품들도 많이 나옵니다.
안기부 고위 간부 책상위에 놓여 있는 90년대 컴퓨터(갖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늘 사진으로만 보던)와
유리 재털이, 모토로라 스타텍, 버버리 코트, 15대 대통령 선거 벽보, 그 당시 있을법한 가게들 등이 있었어요.
소소하게 그런것들도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소소한 소품을 넘어서 공작원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북한 평양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평양 시내의 모습을 잘 나타낸 장면이 나와요.
입이 쩍 벌어지더라구요. 스틸컷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색 보정 이야기를 잠깐 해야 할 것 같은데 평양씬은 굉장히 차갑고 푸른 계통의 색 보정을 했습니다.
회색 도시 느낌이 나는 평양을 잘 나타냈더라구요.
한 편으로는 영화적인 연출을 위해 어쩔 수 없겠다라는 생각도 했어요.
왜냐하면 안기부의 최실장 사무실은 정말 예쁘게 표현을 잘했더라구요. (빛이 노을처럼 들어와요 무슨 카페인줄)
관전포인트 4, 주인공이 총 한 번 안쏘는 요즘 보기 드문 '호연지기' 넘치는 액션 영화
주인공이 그래도 공작원이면 총 한 번 탕탕 쏘고 추격전도 걸싸하게 한 번 하고 해야지
아마 관객들의 평이 엇갈리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인거 같아요.
기존 액션 영화라고 하면 클리셰들이 이 영화에서는 모두 빗겨나갑니다.
초반부에 다른 북파 공작원들이 차가운 도시 골목에서 총 맞는 장면만 제외하고는
이 영화는 정말 청정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제 총알이 부재한 빈 자리를 인물들의 대사로 채웁니다.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사건이 진행되고 인물들의 대사가 긴장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상징적이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바로 처음 리명운의 전화를 받고 여기갔다 저기갔다 하는 공작원의 모습을 나타낸 부분입니다.
호텔 정문에서 만나자고 했다가 뒤에서 만나자. 어디를 돌아라. 거기를 지나라. 에라이
'호연지기' 라는 말이 인물의 대사를 통해 또 후반부에 두 남자를 통하게 하는 단어로 등장합니다.
저는 영화를 보고 감독님의 호연지기가 느껴졌어요.
"총 한 번 안쏘고도 난 액션영화를 찍을 수 있어"
(물론 이 영화는 '첩보극'을 전면에 내걸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액션을 기대하고 극장에 들어갑니다)
관전포인트 5, 지루한 초반부는 어떻게 넘겨야 하나
이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이미지는 바로 아치형의 터널에서 걸어나오는 사람의 모습이었어요.
터널이라는게 지금은 굉장히 어두운 공간이지만 결국 밝은 빛을 향해 가는거잖아요.
감독님도 남북 관계에 대한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물론 2018년 4월 27일에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 속 사건이 일어났지만
이 영화가 처음 기획 되었을 때가 블랙리스트가 돌던 전 정부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주변에서도 만류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한 젊은 감독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화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떤 식으로 남북 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냈는지
그리고 요즘 보기 드문 '호연지기' 넘치는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영화 공작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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